독서

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플까?

J-Sundi 2023. 1. 25. 00:00

가끔 우리는 어떤 재난이나 교통사고로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때 누구하나 주저하지 않고 서로를 돕는다. 

그러면서도 지인이 잘되는 것을 자신과 비교해가며 질투하는 것을 목격할 수가 있다.

(지갑은 안 훔쳐가도 자전거는 훔쳐가는 그런... 아닌가? )

평소에 갖고 있던 의문이었는데 오늘 '쌀 재난 국가'라는 책을 읽으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로서 품앗이라는 협업의 네트워크를 통해 노동력을 공유하고 생산하는 소득은 개별적으로 취한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공동생산으로 인해 농업기술이 부모와 자식간, 또 다른 이웃집간에 공유되어 표준화 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소득은 개별적이므로 나도 저집가서 도왔고, 저집도 나를 도와주었는데 생산량이 다르다면 '혹시 저 놈이 우리집 일을 도와줄때 설렁설렁한거 아냐?', '나도 모르는 작물이 잘 자라는 비법을 갖고 있나?' 하며 질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멋지게 설명할 자신이 없어서 책에서 발췌)

"연공 문화[나이와 연차에 따라 자동적으로 임금이 상승하는 제도]는 벼농사 체제가 마을 단위 협업 시스템을 유지, 재생산하기 위해 구축한 위계구조다. 나이에 따라 위계를 정하고 아랫세대가 윗세대의 명령과 선발의 원칙에 복종하는 문화는, 흔히 '유교 문화'라 불리며 동아시아 마을 생산체제의 핵심 축을 이루었다."

 

이러한 협력과 경쟁의 체제는 현대에 기업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사수와 부사수가 챙겨주며 직장 상사의 부당한 대우에도 묵묵히 참아가며 일해야 하고 진급에 목매고 동기와 정보를 공유하면서도 동기가 먼저 진급하면 배아파하는...

또 시간이 지날수록 젊은 세대들은 왜 파일저장 픽토그램 아이콘이 '플로피 디스켓'모양인지, 전화 모양은 벌어진 'C'처럼 생겼는지 모르듯 돈받고 일하는데 왜 눈치보면서 퇴근을 해야하는지, 휴가는 왜 내 마음대로 정할 수가 없는지, 벼농사체제에 남았던 문화들을 받아들일 수 없어 충돌이 생기는게 아닐까한다. 

 

내가 농사를 짓지는 않기 때문에 잘은 모르지만 이제는 농촌에 가도 그런 문화는 많이 없어졌지 싶다.

농기계도 많고 외노자도 많아 이웃집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개별적으로 농사짓는게 가능해졌기에 오랫동안 유지되어왔던 '협력과 경쟁'의 콜라보는 조금씩 우리의 DNA에서 탈색되지 않을까.

 

여담으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원래 '사촌이 땅을 샀으니 축하는 해줘야하는데 가진 것이 없어 똥이라도 싸서 거름으로 쓰라고 줘야한다'는 좋은 취지였다는 속설이 있다고 하는데 국립어학원에서 개소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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