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거래의 신, 혼마

J-Sundi 2023. 5. 16. 23:37

절에서 공양미만 축내고 있던 어느 날, 주지스님이 방안에서 하릴없이 굴러다니고 있는 혼마 무네히사를 찾아왔다. 두문불출 방에만 처박혀 있는 그를 보고 스님은 물었다. 

"자네 누워서 무얼 하고 있나?"

말소리를 듣고 스님이찾아온 것을 알아차린 혼마 무네히사는 꾸물거리며 일어나 앉았다.

"그냥 누워 있지요. 달리 할 일도 없잖아요."

의기소침하게 쳐다보는 그를 보고 스님이 손짓을 했다. 

"이리 와보게. 이리 와 앉아봐."

혼마 무네히사가 엉금엉금기어 방문 밖 마루에 앉자 스님이 말했다. 

"저기 저 깃발이 보여?"

스님은 손으로 담 너무 펄럭이는 깃발을 가리켰다.

"예."

"자네는 저 깃발이 왜 흔들린다고 생각하나?"

잠시 생각하던 그가 대답했다.

"그야 바람이 불어대니 흔들리는 거지요."

"그거 말고 다른 대답을 찾아보게."

혼마 무네히사는 스님의 얼굴을 보며 눈만 끔벅거리다가 대답했다.

"그게..., 세상의 기 흐름 때문이 아닐까요?"

뭔가 다른 답이 있는 것 같아 이리저리 머리를 구렸지만 마땅히 대답할 거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런 궁색한 답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랬더니 스님은 혼마 무네히사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저 깃발이 흔들리는 건 자네 맘이 흔들리기 때문이네."

끊어 내듯이 말을 마친 스님은 간다는 인사도 없이 홀연히 법당쪽으로 사라졌다.

스님이 남긴 말은 마치 망치로 머리를 치듯이 혼마 무네히사를 커다란 충격에 빠트렸다. 한동안 얼얼한 표정으로 자신의 두근대는 심장소리를 느끼며 앉아 있던 그는 문득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이놈이 이렇게 생겨먹었구나!"

혼마 무네히사는 이 때 크게 깨달음을 얻어 이후 거래에서는 한 번도 손해난 적이 없었다. 매매할 대마다 이익을 거두어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부를 이뤘고 '데와의 텐구'라는 별칭을 얻었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백전백승 거래의 신, 앉아서 천하를 움직이는 사람이라 불렀다.

혼마 무네히사가 스님의 말에서 깨달은 것은 마음이 지어내는 온갖 허상과 그러한 허깨비들에 마음이 휘둘리는 자기 자신을 보는 법이었고, 자신을 통해 남을 아는 법이었다. 이 길 위에 들어서지 못한다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절절하게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고 마음의 파도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우쳤다. 그 주지스님은 깃발을 통해 혼마 무네히사를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도록 이끌어주었던 셈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상대방과 거래를 시작할 때 자신의 실력도 중요하고 확실한 수익모델도 중요하다. 물론 기민한 분석력과 짧은 시간 안에 상대를 휘어잡는 화술, 상대방의약점과 욕심을 파악하는 안목 등 모든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시작할 때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점을 혼마 무네히사는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분명히 깨달았던 것이다.

 

- 거래의 신, 혼마 p107-p109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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